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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숨기는 조직과 실패를 공유하는 조직의 장기적 차이

by 오후2시 2026. 1. 12.

오늘은 실패를 숨기는 조직과 실패를 공유하는 조직의 장기적 차이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자.

조직에서 실패는 늘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 공식적으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도전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실패가 발생하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회의실의 공기가 무거워지고, 원인을 찾는다는 명목 아래 책임의 방향이 개인에게 수렴한다. 이 경험이 반복되면 조직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실패는 공유할 것이 아니라 숨겨야 하는 것이라고. 이 순간부터 실패는 더 이상 학습의 재료가 아니라 리스크가 된다. 그리고 이 선택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의 성격과 미래를 결정적으로 갈라놓는다.

실패를 숨기는 조직과 실패를 공유하는 조직의 장기적 차이
실패를 숨기는 조직과 실패를 공유하는 조직의 장기적 차이

실패를 숨기는 조직은 실패를 ‘개인의 문제’로 처리한다

실패를 숨기는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실패를 시스템의 결과가 아니라 개인의 역량 문제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질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누가 이 결정을 했나?”, “왜 이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했나?” 표면적으로는 원인 분석처럼 보이지만, 실제 메시지는 분명하다. 실패는 설명해야 할 일이 아니라 방어해야 할 일이 된다. 이 구조에서 구성원들은 실패를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부드럽게 다듬어지고, 불리한 정보는 누락되며, 문제는 외부 환경이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정리된다.

이렇게 실패를 개인의 문제로 처리하는 조직에서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다. 첫째, 실패 정보가 조직 내부에 축적되지 않는다. 각 팀과 개인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그 사실을 서로 알지 못한다. 둘째, 구성원들은 점점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실패의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도전은 줄어들고, 검증된 방식만 반복된다.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은 환경 변화에 둔감해지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근육을 잃는다. 실패를 숨기는 문화는 결국 실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배울 기회를 제거한다.

실패를 공유하는 조직은 실패를 ‘시스템의 신호’로 해석한다

반대로 실패를 공유하는 조직은 실패를 개인의 무능으로 보지 않는다. 실패를 하나의 신호, 즉 시스템이 어디에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알려주는 데이터로 해석한다. 이런 조직에서 실패 이후에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이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구조는 무엇이었나?”, “어떤 정보가 부족했나?”, “이 시스템은 어떤 상황에서 취약한가?” 질문의 방향이 개인이 아니라 구조를 향한다.

이 관점의 전환은 조직의 행동을 완전히 바꾼다. 실패를 공유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신뢰가 쌓이면, 구성원들은 문제를 조기에 드러내기 시작한다. 작은 실패가 기록되고, 그 기록은 다음 의사결정의 참고 자료가 된다. 이 과정에서 실패는 부끄러운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입력값이 된다. 중요한 점은, 이 조직들이 실패를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패를 칭찬하지도, 감정적으로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실패를 냉정하게 분해하고, 다음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다른 선택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바꾼다.

이런 조직에서는 실패가 쌓일수록 판단 속도가 빨라진다. 이미 비슷한 사례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과거의 어떤 실패와 유사하다”는 공통 인식이 생기고, 개인의 직감이 아니라 조직의 학습이 의사결정을 이끈다. 이것이 실패를 공유하는 조직이 장기적으로 더 유연하고 강해지는 이유다.

혁신 조직은 왜 실패 기록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남기는가

혁신 조직의 공통점은 실패를 줄이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신 실패의 단가를 낮춘다. 작은 실패를 빠르게 겪고, 빠르게 기록하고, 빠르게 수정한다. 이때 실패 기록은 단순한 회고 문서가 아니다. 조직의 기억이자, 미래의 선택을 안내하는 지도다. 실패 기록이 자산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시스템에 남기 때문이다. 사람이 바뀌어도 실패의 교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조직에서는 실패 기록이 특정 개인의 평가 자료로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교육 자료, 의사결정 참고 자료, 전략 검토의 출발점으로 사용된다. 실패를 남기는 목적이 책임 추궁이 아니라 재사용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가 결정적이다. 실패를 남길 수 있는 조직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를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실패를 숨기는 조직은 실패를 항상 예외적 사건으로 취급하고, 그래서 같은 문제에 반복적으로 당황한다.

결국 혁신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차이는 인재나 자본보다도 실패를 다루는 방식에서 갈라진다. 실패를 개인의 흠으로 취급하면 조직은 점점 조용해지고, 실패를 시스템의 신호로 취급하면 조직은 점점 똑똑해진다. 실패 기록은 조직의 약점을 드러내는 문서가 아니라, 조직이 어디까지 학습했는지를 보여주는 자산이다.

 

실패를 숨기는 조직과 실패를 공유하는 조직의 차이는 단기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는 분명해진다. 전자는 같은 문제를 다른 이름으로 반복하고, 후자는 실패를 발판 삼아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실패를 공유한다는 것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설계 문제다. 실패를 말해도 안전한 구조를 만들었는가, 실패가 남을 수 있는 그릇을 준비했는가의 문제다.

조직은 결국 자신이 허용한 만큼만 성장한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은 완벽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완벽함은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 반대로 실패를 기록으로 남기는 조직은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방향을 수정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실패를 자산으로 남긴다는 것은, 조직이 미래를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다.